벽소설・참된 일/정경실

조선대학교에는 애족애국운동의 계주봉을 이어나갈 미래의 역군으로 준비하기 위해 학습과 조직생활에 열성을 다하면서 재일동포문학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학생들이 있다. 오늘의 조대생들의 생활의 단면들을 엮은 조대 문학력사학부 어문학과 학생이 창작한 습작을 소개한다.

《조선신보》2020.10.29

조선대학교에서 해마다 진행되는 학생위원회 정기총회를 1주일 앞둔 어느 날이였다.

《순희야, 어째서 그렇게 말하기가 어렵니?》

계속 입을 다무는 순희를 보고 분조장인 영미는 이렇게 다시 물었다.

영미네 분조에서는 이번에 벌릴 분조《운동》을 가지고 토론모임이 진행되고있었다.

분조성원인 순희는 평상시 아르바이트하러 자주 밖으로 나간다. 기숙사에 돌아오는 시간도 밤 10시를 넘는다. 이것은 기숙사의 같은 방 분조성원들모두가 아는 사실이였다.

영미를 비롯한 분조성원들은 순희의 부친의 건강이 안 좋아서 현재는 일을 못하신다는것을 알고있으니 가정형편때문인줄로 알고 은근히 그를 응원하였었던터였다.

그래서 분조활동을 하는데서도 될수록 순희의 아르바이트시간을 고려하였고 순희가 조직생활에서 어려워하는것이 있으면 적극 도와나섰다.

이렇게 거의 1년을 보내왔는데 그런 1년간을 마무리하고 자신들이 최고학년에 올라감에 있어서 중요한 마당인 정기총회까지 1주일만 남은것이였다.

그래서 영미는 이 1주일만큼은 방과후시간에 외출이며 아르바이트 등을 삼가하고 독서모임이며 학내미화활동에 적극 참가하여 모든 분조가 다 그러하듯이 제각기 분조생활을 더욱 활성화시켜 자신들의 정기대회를 뜻깊게 맞이하자고 분조성원들에게 제기한것이였다.

영미는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순희생각에 불안도 있었으나 1주일쯤이면 보조를 맞추어줄것이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대학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정기총회를 잘 맞이하자는 마음은 다 같을것이라고 믿었었다.

《1주일후면 정기총회를 맞이하는데 그날을 향해 앞으로 1주일동안은 분조성원모두가 방과후에도 분조생활강화에 나섰으면 하는데 어떨가?》

분조장의 이 제기를 분조성원들은 적극 지지해주었으며 꼭 그러자고 호응해주었다.

《그건 좀…》

순희가 겨우 한마디 하는것이였다.

《순희야, 어째서 그래?》

분조성원 화령은 안타까운 어조로 물어보았다.

《난 아르바이트를 가야 해. 그러니… 방과후는 함께 할수 없을것 같아…》

《사정은 우리도 알아. 그런데 1주일만이라도 안되는거야? 한달간 가지 말라고 하는게 아니잖니?》

분조성원들은 순희를 설득해보려고 애를 썼다.

《안돼, 1주일만이라도 안되는거야. 꼭 가야 해.》

순희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변하지 않았다.

《고집》을 부리는 순희를 분조성원들은 안타까와했고 어지간히 짜증이 나는 모양이였다.

분조장 영미도 심정은 같았다. 그러나 순희를 믿어보려는 생각으로 감정을 가까스로 가라앉히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순희야, 무슨 특별한 리유라도 있는거야?》

《…》

《무슨 리유가 있다면 말해줄수는 없니?》

《…》

그래도 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1분, 2분… 시계소리만이 서로의 가슴속에 울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분조성원들은 애가 타고 불안해지는것이였다.

《리유는…》

드디여 순희가 입을 열었다. 소조원들의 눈길은 순희에게로 집중되였다.

《리유는… 특별히 없어. 아무래도 아르바이트를 가고싶단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분조성원들은 이제는 품었었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였다.

화령이 순희를 사나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순희야, 우린 이제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너를 응원해왔어. 그런데 그에 대한 답이 이거니? 1주일만이라는데. 그것도 무리해? 넌 결국 이것저것 구실을 내세워 아르바이트를 나가서 조직생활에서 빠지고싶은것뿐이겠지! 조직생활이 싫은것뿐이지!》

《아니야, 그건 절대 아니야!》

《그럼 뭐니? 말을 돌리지 말고 바른대로 말해봐!》

《그건…》

화령과 순희사이에서 잠시 말다툼이 벌어지다가 다시금 침묵이 흘렀다.

《순희야.》

그 침묵을 깬것은 영미의 다정한 목소리였다.

《이번 정기대회가 참으로 중요하다는것은 너도 알지. 우리가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내왔니? 〈미래를 위한 하루하루를 살자!〉 그것이 우리 분조 목표였지, 맞지?》

순희는 시선을 떨군채 분조장의 말을 듣는다.

《나는 이번 정기총회를 앞두고 분조성원들이 다같이 자신들의 학업에 림하는 자세를 돌이켜보고 좋은 경험들은 소개하기도 하고 따라배우기도 하는 계기가 되는 그런 1주일로 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봤어. 이러는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면 말해줘. 순희야…》

이 말을 듣자 순희는 미안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들었다. 그래서 서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모두 미안해. 그런데 난 아무래도 아르바이트를 가야 해. 그것이 리유로 될지 모르겠지만 들어줄래?》

영미는 안심한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실은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가게는 동포집이란다. 그 집에 중3인 애가 있는데 그는 일본학교를 다녀. 나는 아르바이트를 갈 때마다 그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치마저고리와 관련된 우리 학교 이야기를 했을 때 그가 상당히 흥미를 가졌단말이야.》

영미는 그 말을 들어 마음속에서 놀랐다.

(순희가 아르바이트하는건 내 거주지역이였을텐데… 그런 애가 있다는걸 나는 전혀 몰랐구나…)

《그래서 그는 고급부부터라도 조선학교를 다닐수 있는가고 조용히 물어보았어. 그렇다고 우리 말도 모르는 그가 조선학교를 다닐 결심을 다지는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잖니. 부모님들도 내 느낌으론 찬성 안 하신단말이야. 그러니 내가 우리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들어 계속 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온거야. 래주엔 그 애의 학교에서 마지막 진로료해가 있어. 그래서 난 아르바이트를 꼭 가야 해.》

순희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영미는 잠시 말을 못했다.

(그랬구나, 순희는 그야말로 우리 학교의 미래를 위한 일, 참된 일을 하고있었구나.)

영미는 다시 고개를 떨구어 방바닥을 쳐다보는 순희에게 말했다.

《순희야, 참 대단한 일을 하는구나. 우리 학교들에서 학생수감소문제가 심각하게 론의되는 속에서 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우리 학교에 편입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니. 왜 그런 이야기를 진작 안했니?》

《그건… 아직 그 애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런 확신도 없는 이야기를 해도 될가 생각되여서… 그리고 언제나 나를 도와주는 너희들을 생각하니 미안스러웠어. 이 이야기를 꺼내면 내가 조직생활에서 자주 빠지는것을 스스로 정당화하는것으로 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정말 미안했어.》

《아니야, 이야기해줘 고마워. 역시 미래를 위한 우리의 마음은 같았구나. 순희야, 넌 아르바이트 가. 그 동무가 꼭 우리 학교에 다니고싶다고 생각하도록 많은 이야길 들려줘. 우리 분조의 〈운동〉방식은 다시 생각해보자구. 다들 일없지?》

영미는 분조성원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안돼!》

모두가 환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화령이 단호한 소리로 말했다.

순간 돌았던 화목한 분위기가 다시 긴장되여 순희의 표정도 흐려져간다.

영미도 어쩔줄 몰랐다.

(화령이 순희의 마음을 리해 못하는것일가…? 어쩌면…)

이번에는 화령에게로 모두의 눈길이 집중되였다.

《순희만이 가는것이 아니라 우리 한번〈손님〉이 되여 그 가게에 같이 가면 안될가? 그럼 조선학교에선 얼마나 친근한 동무들이 생기는지 알려줄수 있잖니.》

그제야 분조성원들의 얼굴에는 한결같이 밝은 웃음꽃이 피여났다.

(조대 문학력사학부 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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