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日本朝鮮文学芸術家同盟

〈투고〉《종소리》가 퍼져가기를 바라면/량남인

《조선신보》 2020.12.04


《종소리》라면 조선에서 1번만 들은바 있다.

해방직후에 6년제중학교를 다녔었는데 어느해 가을에 학급동무들과 함께 경주를 찾았다. 경주는 과연 천년 묵은 고도, 서라벌이였다.

거기서 조선의 종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류행가에 나오는 《불국사의 종소리》가 아니였다. 내가 들은것은 경주박물관에 있는 봉덕사종, 《에밀레종》였다.

종각에 낮게 달았는데 그 앞에 대하고 서니 그때 젊은 마음에도 숭엄한 감정이 우러나와 전설의 그 종소리를 꼭 듣고싶었다.

직원이 쳐도 좋다고 하기에 우리는 경건한 마음을 담아 1번씩 쳤다. 세게 치는것이 있고 약하게 치는것이 있었지만 종소리는 다 같았다. 가만히 들으니 《에밀레- 밀레- 밀레-》라고 울리는것 같았지만 그것은 소리라는 어떤 물질적현상이 아니였고 또 귀로 듣는 청각이란 생리적작용도 아니였다. 신령스러운 공명이라고 할가, 그런것이였다. 천 몇백년전에 우리 조상들이 구리종에 쏟아넣은 조선의 넋과 현대에 사는 조선청년의 마음의 공명이였다고 생각한다.

그 감동, 그 공명을 이국땅에서 80년을 더 살았지만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고 그 체험을 조선사람으로서 긍지로, 자랑으로 여기고있다.

우리가 시집 《종소리》를 대할 때 느끼는것이 바로 그러한 공명일것이다. 마음의 공명이다. 우리 조선사람, 우리 겨레붙이의 공명이다.

나의 주관으로 미루어 말한다면 바로 여기에 《종소리》가 재일동포사회에서 차지하는 정신적위치가 있고 문화적의의가 있는것이다.

지난 특집호 권두시에서 시인 정화수씨는 종소리를 울렸다.

한번 치면

오래오래도록

멀리멀리에까지

은은히 울리는 종소리

앞으로도 오래도록 《종소리》를 듣고싶고 이 소리가 멀리에 퍼져가기를 바라고있다.

《〈종소리〉는 일본땅에서 정기적으로 간행되는 하나밖에 없는 조선말시묶음이다.》

《종소리》를 가리키는 이 단순한 문장안에 얼마나 많고 깊은 뜻이 담겨져있는가. 우리는 그것을 생각하기때문에 다시 《종소리》를 펼쳐보는것이다.

(야마나시현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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