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조선과 일본과의 사이의 바다》 -허남기-

 시 《조선과 일본과의 사이의 바다》
  
 허남기 
  
  
 거기 놓여 있는 건
 현해탄
 거기 놓여 있는 건
 동해 물결
 거기 놓여 있는 건
 조그마한 바다에 불과하건만
  
 그러나 우리와
 조국과의 사이는
 그러나 이 현실의 일본과
 조선과의 사이는
  
 너무나 멀다
 너무나 넓다
  
 조국이여 우리에겐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고
 우리에겐 당신의 가슴의 고동까지 뚜렷이 울려 오는데
  
 사이를 가로막아 부는
 일본과 「한국」과의 일제의 협잡
 사이를 가로막아 휩쓰는 
 귀국「의사 확인」과 「고정 처리」의
 낡은 수작들
  
 거기가 내 조국이고
 거기 같은 혈육을 나눈 같은 겨레가 있기에
 돌아 가려는 건데
 바다물을 거꾸로 돌리려는
 무리가 있다
 바람을 억지로 일으키려는
 놈들이 있다
  
 지난 날 우리 가슴에서 조국을 빼앗고
 지난 날 우리 손아귀에서 논밭과 고향을 빼앗고
 사람으로서의 일체의 권리마저 강탈해 간 그 놈들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 남아
  
 조선과 일본과의 사이의 바다를
 한없이 멀게만 하려고 들고
 우리를 언제까지나
 조국 상실자의 위치에 얽어 매 두려고 발광한다
  
 조국이여 우리가 웨치는 소리가 당신의 가슴을 울리고
 당신이 부르는 말씀이 이렇게도 가깝게 들리는데
  
 우리와 조국과의 사이를
 지구의 저쪽까지 띄여 두려고
 개인 하늘에 구름을 부르는 
 놈들이 있다
  
 작품집 《어머니-조국》(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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