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시】걷고 또 걸으리!/류계선

《조선신보》 2013.04.08

딸을 업고 걷던 길

오늘은 손자와 함께 걷는다.

고비마다 남긴 발자국 그 얼마며

지나간 세월은 또한 그 얼마이더냐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빠도 언니도

학생들도 꼬마들도

불끈 쥔 주먹 높이 들고

목청껏 목청껏 호소한다

――우리 고급학교 무상화를!

――우리 학교 보조금 부활을!

남에서 달려온 우리 민족

한겨레 한 피줄이 호응해나선다

함께 대오에 섰노라

방방곡곡 모여온 일본의 벗들도

기발 높이 들고 어깨 겯는다.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과 탄압

즉시 중지하라!

――용서 못할 조선인 차별 탄압 막아내자!

온몸으로 규탄한다

일본정부의 부당성을

흘러넘치듯 장내를 메운 사람 사람들

큰 물결되여 노도처럼 나아간다.

얼마나 서운했으랴

얼마나 슬펐으랴

얼마나 분했으랴

눈물을 머금고 졸업한

언니 오빠 형님 누나들 몫까지

믿음직한 조고생들이 나아간다

굳은 결의 안고 씩씩하게

이젠 이젠

어머니와 학생들의 눈물

분통의 눈물을 닦아주자

가슴마다 안겨주자

기쁨과 희망을 사랑과 웃음을

온 세상 사람들모두가 지켜본다

하나된 큰 힘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리라

그날 그때까지

투쟁의 발걸음 멈추지 않으리

힘차게 힘차게 걷고 또 걸으리!

(문예동 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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