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日本朝鮮文学芸術家同盟

詩誌 종소리 제97호 発刊/2024년 1월 겨울호

詩誌 종소리 제97호 発刊

2024년 1월 겨울호

2024년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우리 시인들은 종을 울리는 사람이다.

어느 시인은 내가 여기에 있다고 그리움에 차넘쳐 눈물을 흘리고 또 어느 시인은 기쁨으로 충만된 모습으로 또 어느 시인은 민족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안고 종소리를 울린다.

시인들의 시를 귀담아들으니 어느새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 그리운 어머니가 떠오르고 성장한 아이들에 대한 기쁨으로 차넘치며 민족의 소원을 꼭 이룩하고야말 결심을 다지게 한다.

메마른 일본땅에서 한편의 시가 얼마나 우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것인지… (채)

사반세기 ・・・・・ 서 정 인

갓난애기
뒹굴고 기여서
서서는 걸어서
달려서는 넘어져도
배우고 알아서
세상을 볼줄 알게 되는
나이 스물다섯

의젓한 청년으로 자라나는 동안
더욱 모질은 눈비바람 맞고
역경을 헤쳐가는 몸과 맘 키웠고
곧바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
눈과 귀도 지녔다

그뿐이랴
더 크게
보다 널리에
울리여가게 하려면
종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도
몸에 배이도록 익혔다

그렇다
올해는 창간된 그날로부터
우리의 말과 글로
해마다 철따라 울리여온 종소리를
100번째로 울리게 되는 해

알고있나니
종을 칠 때
망설임이며 두려움이
마음 한구석에라도 숨어있으면,
팔과 다리와 심장에
신념이 담기지 않고서는
그 종소리는 제대로 울려가지 않는법

사반세기전
선대들이 울렸던 《종소리》를 들으려
온몸을 도사려보는
2024년
새해의 아침이여라

미역국・・・・・小平市 강 명 숙

추운 겨울날 자정도 넘은 밤
《다녀왔습니다》
입속말로 인사하고선
슬금슬금 들어간다

휴가들어 오랜만에 돌아온 집
분명 제 집인데도 도적인듯
숨죽이며 돌아온 나를 맞아준
한그릇 미역국

《우리 딸 고생 많았어!》
그리운 글자옆에 있어서 그런지
국은 식었는데
어쩐지 따스하구나

눈치밥 먹느라 분주한 일군 초년생
어저께 돼버린 제 생일도 벌써 먼 옛날인듯
녹초가 되여 돌아온 내 마음을
단숨에 녹여준 엄마사랑

낳아주고 키워주느라 고생한건,
미역국대접 받아야 하는건
내가 아닌 분명 엄만데

한술만 떠도 몸과 맘 깨끗이 씻어주는
그래, 생일날은
새콤달콤 화려한 케키도 아니고
인생맛 난다 하는 술도 아니야

민족의 향기 그윽한 한그릇
그속엔
바다처럼 넓고 깊은 엄마사랑 듬뿍

아 나도 언젠가 따끈한 미역국을
고마운분들에게 대접해드리고싶구나

*이 시는 95호에 《어서 오세요!》를 발표한 필자의 작품입니다. 24페지의 필자와 동성동명이며 거주지도 적어두기로 하였습니다.     (편집부에서)

시간이 없습니다・・・・・허 옥 녀

무엇이든 하고싶습니다
산에도 오르고 들놀이도 하고
친구랑 수다도 떨고싶습니다

무엇이든 하고싶습니다
사랑하는 그이와  손잡고
바다가도 거닐고싶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팔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때때로 기억도 가물가물해집니다

남의 나라에서 나서자라
남의 땅에서 흘려보낸 일흔다섯해
너무나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평생을 갈라져 살아야 했던 큰오빠
이제는 영영 못 보게 된 큰오빠
오손도손 모여앉아 살고싶었습니다

가까와졌다간 멀어지고
멀어졌다간 가까와지던 소원 풀 날
이젠 시간이 없습니다

정말이지 이젠 시간이 없습니다
하나된 조국을 물려주지 못하고서야
무슨 낯으로 손자손녀를 보겠습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이젠 시간이 없습니다
못 이룬 소원 두고 눈감을수 없습니다

선 물・・・・・채 덕 호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선생님 보고싶어왔다고
점방을 찾아온 유철
돌아갈무렵 선물이라고
나에게 준것은 자신의 유니폼이였다

*긴떼쯔라이나즈라 씌여진
하늘색 유니홈
등번호 19번

초급부 저학년시절
쪼꼬마한 몸으로도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
8강에 들어선 친척형님처럼
우리 학교이름 떨치겠다고
꿈꾸던 모습 어제일 같구나

중급부부터는 투구부에 들어가
얼마나 달리고 달렸을가
얼마나 부딪치고 부딪쳤을가
어느새 나를 훨씬 넘은 키 든든한 몸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실이겠지

조고를 졸업하여
끝내 프로투구선수가 된 유철
그 유니폼에는 어린시절의 꿈
흘린 땀과 투지가 다 스며있겠지

목이 메여
아무말없이 서있는 나에게
반드시 이기겠다고 손잡아준 유철
나는 그 선물 하도 고마와
가슴속에 꼭 껴안았다

                           *花園近鉄ライナーズ

배추에 깃든 이야기・・・・・리 유 실

한통의 배추가
우리 집에 왔다
수확시기가 오기도 전에
주인 없는 밭에서

한통의 배추가
무겁게 앉았다
속이 꽉 차서 그런지
싱싱해서 그런지

한통의 배추는
벌레 먹어도
온통 흙이 묻어도
꽤나 맛있어보였다

깨깨 씻어 한잎 떼내면
-집에 가져가시오.
하고 동료들에게
철따라 나눠주시던 상추 생각

또 한잎 떼내면
-원쑤라 생각하고 뽑으시오.
하며 장난스럽게
학생들 풀뽑기지도 해주신 생각

한잎 또 한잎
떼낼 때마다
더 깊이 새겨지는
선생님 말씀

-뛰여난 입선작 뒤에는
우수한 국어교원이 있다는것.
마지막 강의에서 해주신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격려

-읽지 않고 버릴것 같으면
내게 주시오.
퇴관하신 뒤에도 아껴읽으신
조선신보에 대한 열렬한 사랑

그날 아침에도
도서관을 찾아가려고
배낭차림으로 쏘파에서
일어나려고 하셨건만…

유가족분 넘겨주신
선생님 마지막 선물
자라나는 새 세대
피가 되고 살이 되라고

이역의 문학도 한생이
고스란히 담긴
한통의 배추가
무겁게 앉았다

(고 손지원선생님을 추모하여)

서로가・・・・・박 태 진                      

시화와 양희는 단 둘인 학급
한명이 결석하면 그날은 혼자수업
시화가 결석할 때면
양희는 교실에서 걱정합니다
-(시화 얼마나 아플가 괜찮을가)
시화는 이불속에서 걱정합니다
-(양희 혼자서 괜찮을가)

수그러집니다・・・・・김 명 혜

수그러집니다
의기양양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에
힘이 솟아났네

9월의 초가을
자식들과  손자들 함께
고생많던 이국살이 털어놓으시여
운동장에 모여앉으시네

얼씨구  민요련곡에 춤판가운데
사회자가 이름 부른
《아흔세살 할머니》
장내는 《야!》하고  들썩들썩

자리에서 인사하느라니
어마나-  비틀거리면서도
무대에 올라 마이크 잡아
노래부르기 시작하신  할머니

《일본땅에 여기저기
우리 동포 사는 곳에…》
수수한  그 노래소리에
웃음넘쳐  박수갈채

90여년간  동포들과 함께
살아오신 더없는 기쁨엔
자랑도 소용없어라
삶의 흔적 그대로 담아있길래 

오늘도 기백있는 그 모습에
머리가 수그러져
구절구절 내 가슴에 새겨가네
뜻깊은 청춘명절을 축하하여

말꼬리잡이・・・・리 일 렬                      

-뻐스선생님 말꼬리잡이 하자요!
오늘도 아이들의 웃음가득
어린 친구의 호령에 맞추어
《말꼬리잡이대회》시작!

국어공부 자랑하듯 아이들의 우리 말
《이모-모자-자전거-거리》
 (내 순번이다)
-리발소

계주마냥 이어지는 우리 말 바통
《소나무-무우-우유-유리》
-음? 리, 리과!
아차, 내가 이러면 안되는걸…

《과자-자음-음료수-수리》
설마… 다시 찾아온 불청객 《리》
아이들의 기묘한 요술인가, 우연인가?
서둘다 순간 나온 말 《리일렬!》

-아,뻐스선생님,위반! 이름은 안돼요!
-아니 안될것 뭐야,좋지!
당황하다 땜질한 답에 말다툼 벌어졌으니
내 마음 더더욱 초조해지기만 한다

아뿔싸! 어서 내가 끝내야지
-얘들아,이 선생이 안되였단다
그럼 다시 시작할래
-예에ㅅ!

-뻐스선생님!
-(전원) 위반!!

네가 가려는 길・・・・김 애 미

-난 크면 미용사가 될래요
하던 딸
고급학교 졸업을 앞두고
조선대학교에서 배워
국어교원이 되고싶다 하네

아니
줄어져가는 학생수
통합되여가는 학교
네 일자리는 있을가
먹고 살아갈수 있을가

일본대학에서
교원자격증을 취득하는게
낫지 않을가 하는데도

우리 학교에서
우리 말 우리 글 지켜가야 한다며
조선무용을 사랑하고
우리 문학예술이 좋다고
그런 삶의 길을 걸어가고싶다고

미래를 그리며
간절히 바라는
티없이 맑은 눈동자

네가 가려는 길
엄마 뒤따라
미용사가 될줄 알았더니
어느새 나를 뛰여넘어
한걸음 두걸음 앞서가는구나

네가 가려는 길
얼마나 힘들가
하지만 엄마는
지켜야 할것 찾은
그 눈길이 좋아

진실의 별・・・・김 윤 순

-고 서경식선생님을 그리며-

승산이 있든 없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 하셨다

엄혹한 시대가 다가오고있다며
그래도
용기를 잃지 말고
얼굴을 들고
《진실》을 계속 이야기하자 하셨다

세계 곳곳에서
천박함이나 비속함과는 거리가 먼
《진실》을 계속 얘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우리의 벗이다
말씀하셨다

바라던 일
다하지 못한채 떠나신 억울함
위로할 말한마디 찾지 못하는데

《진실》을 포기하지 않은 마음
그것 하나만큼은 잃지 않으리

떠나신 선생님을 그려보며
밤하늘을 쳐다본다

시가 뭐냐고 물어본다 ・・・・足立区 강 명 숙

시를 써보겠다고
스마트폰너머 뛰는 손자 말에
가슴이 살짝 뛴다

시가 뭐냐고 물어본다
-시는요
《발견》과 《리듬》이예요

《발견》이 뭐냐고 물어본다
-찾는거예요
자기만의 새것을

《리듬》은 또 뭐냐고 물어본다
-《나는》이란걸 《난 난》
이렇게요

선생님 말씀 따라하는지
또랑또랑
막힘도 없다

그래 시에는
뭘 담을거냐고 물어본다
-동무, 동무예요!

살아오면서 아직껏
못 찾는 답
손자야, 네가 찾아주려나

*이 시의 필자와 6페지의 필자는 한자로 적는 경우에도 동성동명이여서 거주지도 명기하여 독자분들이 어느 필자인지를 알아보시도록 하였습니다.      (편집부에서)

동그라미・・・・리 방 세

달력에 동그라미 쳤다
친구의 출판기념일
잘했다고 말을 건네줄가
아니면 뜨겁게 손잡아볼가
서로 멀리 헤여졌어도
오래 못 만났어도
그리움은 나를 일으킨다
버리지 않았다
시가 태연히 서있다
《클러버》가 해빛을 잡는다는 구절
그것만으로
내 마음은 파란 하늘색으로 물든다
동그라미
당신에게
동그라미
흔들리지 않는 삶에

딸생일날에・・・・심 달 야

아버지가 된 날로부터
네 얼굴 얼마나 바라보았을가
하루의 피로를 풀게 해주고
래일의 결심을 다지게 해주고

너의 온기
보동보동한 뺨을 비비고
량손에 품어
내 박동과 맞추기도 하고

내 인생의 삶은
네가 숨을 쉬는듯
너에게
흡수되는것만 같구나

한통의 메일・・・・서 석 희

돌연히 보내온 한통의 메일
대학을 졸업하고는 어학공부 한다고 류학간
그녀가
문자로도 좋으련만
굳이 영상을 찍어 보내왔네

《선생님!》
밝고 명랑한 첫 소리에
그리움과 안심감이 교차되여
저절로 미소 지으며
뚫어지게 화면을 보았네

고급부시절 일본학교에서 편입해온 그녀는
마음의 상처 아물어준 우리 말, 우리 글을
가르쳐주고
조선대학교에까지 보내준 우리 학교가
너무너무 고맙다고 새삼스레 인사를 하네

화면속의 그녀는
하고픈 말이 많다고 재잘거리는데
내 눈앞엔 또 다른 녀학생이 떠오르네
그녀곁에 항상 있어준 미더운 그 녀학생이

그녀의 응석을 받아주고
때로는 꾸짖어주고 언제나 도와주고
같이 울고 웃어준 그 녀학생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 시절이 되살아났네

그래 그녀도 알지
너도나도 힘들었을 학창시절에
동무위해 안깐힘 쓰던 그 녀학생을
오늘은 아이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는걸

암, 이런 날이 올줄 알았지

오늘만큼은・・・・허 옥 녀

내 오늘만큼은
청류같이 맑은 마음으로
《우리의 국기》만을 부를거야

이 세상에 태여나 일흔다섯해
새 조선의 탄생과 더불어
생을 타고 자라온 이 몸

조국이 보내준 교과서로
우리 말 우리 글 배우고
민족의 력사와 진리를 깨우쳤나니

장장 일흔다섯해
어려울 때마다 언제나
그대가 곁에 있어 용기를 얻었어라

어머니없이 세상을 볼수 없었듯이
마음의 기둥을 세워준 그대가 있어
변심없이 살수 있었거니

그래서 난 그대를
어머니조국이라 부른다오
어머니조국 – 나의 조선이여!

-일흔다섯번째 9.9절날에-

제자를 만났다・・・・진 승 원

귀에 익은 소리에
스물다섯해전 소녀가
알른거린다
우리 말 능수가 되리라
열성 쏟던 나날들이

《가고가고 기여가고》
《우아우이》 발음훈련이
이때문은 아니련만
오늘은 방송마이크 대신
휴대마이크를 쥐였나니

아이들의 웃음을 뺐지말라
아이들의 앞길을 막지말라
엄마의 절절한 마음
찬바람을 뚫고 날아간다
내 맘도 태우고 날아간다

어머니회장을 한다는구나
부끄럼성은 어디다 두었을가
제가 할 일이라 나섰던걸가
흐뭇해라 후끈해라
울렁이는 가슴 누룰길 없네

부끄럽지 말아야지
떠오르는건 하나뿐
세월속에 어엿해진 그녀의
당찬 모습에 마치 이끌린듯
굳센 다짐이 솟구친다

누가 모르랴
너와 한길에서
같은 자리에 함께 서는
보람, 긍지, 자부와 기쁨을
말로 다 못할 고마움을

부청앞에서 제자를 만났다
반가워라 맞잡은 손
끝까지 싸워이기자
굳게 굳게 잡은 손
나 잊지 않으리다

꽃다발을 엮는 마음・・・・김 진 주

네 자식을 키우느라
언제한번 편한적 없었던 어머니
이른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손에서 일감을 놓지 못하시던
그 모습이 눈물겹게 떠오릅니다

산기슭따라 흐르는 내가에서
내 물장구치며 좋아라 뛰놀 때
가락맞춰 울리던 방치질소리
어느새 무둑하던 빨래감을 빨아
어머니는 바위우에 널었습니다

직장일 가정일로
늘 바쁘게 사시면서도
언제한번 지친적이 없었습니다
자그마한 몸매에
어디서 그런 힘이 생기는지…

자식들때문에
아파도 앓을수 없었고
힘들어도 쉴수 없었던 어머니
나라위해 큰일하는 사람이 되라
자식들에게 늘 가르쳐주시며
한생을 바쳐오신 어머니

조국위해 성실한 자식을 보는것이
생의 제일 큰 락이여서
그 자식들을 떠받드느라
한생을 고스란히 바쳐오신 어머니

아, 세상에 이런 희생적인 사랑을
어머니가 아니면 그 누가 바칠수 있습니까
오늘도 돋보기를 끼시고
손에서 일감을 놓지 못하십니다
자식들이 다 자랐어도
마음은 늘 네 자식에게 가있습니다

밭에서 가꾼 줄당콩이며
마른 나물들을 장만하시여
해마다 꼭꼭 보내주실 때
그끝을 모르는 어머니사랑에 목이 메입니다

이 세상 아름다운것을 노래하라면
나는 어머니를 노래할것입니다
이 세상 제일 훌륭한것을 노래하라면
나는 어머니를 노래할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정 어머니는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절정우에 서있습니다

내 아무리 바쳐도
한생을 다해도 보답하지 못할
어머니는 사랑의 화신입니다
영원히 불멸할 고귀한 그 사랑앞에
꽃다발을 엮어 삼가 드립니다

                            (조선거주)

참새가 포르르・・・・김 경 숙

가을이 짙어가는 일요일 아침
예쁜 참새들 보고싶어 좁쌀을 뿌린다

멀찍이 나무가지에서 기웃기웃
경계심 가득 바라보는 《손님》들

포르르 한마리가
허기를 못이겨 날아왔다

맛있네! 괜찮네! 신난 모습에
다른 참새들도 포르르 포르르

마당은 어느새 참새들로 북적거려
그러다가 간혹 싸우는 애들도…

그래도 비좁은대로 서로 양보하면서
결국은 사이좋게 잘 먹고 가네

아줌마 인심좋고 좁쌀 맛도 좋아
다음엔 알아서 편히 찾아오겠지

자, 시간 다 됐네

얘들아, 잘 먹고 가
아줌마는 우리 학교 *바자회 챙기러 간단다   

*바자회~자금을 모으기 위해 일시적으로 차리는 자그마한 시장(バザー)

꽃을 가꿉니다・・・・양 금 녀

-남녘에서 보내온 《꽃송이》를 받아안고-

꽃을 가꿉니다
해빛을 고이 담은 노란빛 꽃송이
어여쁘게 웃음짓는 분홍빛 꽃송이
맑은 이슬 머금은 하늘빛 꽃송이
름름하고 단아한 자주빛 꽃송이

가지각색 꽃들이 아롱지는 우리 화원
양지바른 터를 닦아 물을 주고 거름 주고
꿋꿋하게 자라라 곱게곱게 피여라
다하여온 정성도 지극합니다

벌레가 해칠가봐 병들어 시들을가봐
세찬 바람 불어대는 하늘아래서
뿌리가 얕으면 꺾어질라
포근한 땅 단단히 다져줍니다

꽃들이 환히 웃으면
찬기운도 가셔져 봄빛이 들고
꽃들이 향기 풍기면
다정한 사람들이 모여든답니다

활짝 웃어라 향기를 뿜어라
아름다운 이역의 꽃송이들아
너희들은 민족의 눈부신 미래
사람마다 아끼며 우러르는 보배

보십니까, 꽃송이들의 만발한 춤무대를
들으십니까, 꽃송이들의 소리없는 노래를
아지마다 피여난 갸륵한 꽃들이
우린 여기 있다고 설레입니다

대를 이어 지켜온 우리의 꽃밭을
세상이 부러워하는 대화원으로 꾸리려
우리모두 정을 바쳐 삶을 바쳐
오늘도 고운 땀 뿌려갑니다
사랑스런 꽃들을 가꾸어갑니다

바람을 향하여・・・・홍 윤 표

《종소리》창간호중에서

바람이 불면
바람을
등으로 받지 말자
가슴으로 맞받아가자

모래 섞인 바람이
눈을 때리고
눈물을 뺏아가도
바람 세차게 불어오는 그쪽에
앞이 트인
큰길이 보인다
넓은 벌판도 펼쳐져있다
바람을 안고가자

시간은 마치도
사람들의 운명 실은 수레를
오르막길에서 밀고있듯이
바람이 불어도 멎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간다

바람없는 세월보다
바람 있는 인생이 좋구나
바람을 향하여 가자
이 몸을
기발처럼 펄럭이면서

                         (2000년)

97호    –   

2024년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우리 시인들은 종을 울리는 사람이다.

어느 시인은 내가 여기에 있다고 그리움에 차넘쳐 눈물을 흘리고 또 어느 시인은 기쁨으로 충만된 모습으로 또 어느 시인은 민족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안고 종소리를 울린다.

시인들의 시를 귀담아들으니 어느새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 그리운 어머니가 떠오르고 성장한 아이들에 대한 기쁨으로 차넘치며 민족의 소원을 꼭 이룩하고야말 결심을 다지게 한다.

메마른 일본땅에서 한편의 시가 얼마나 우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것인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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