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소설】말없는 약속/조미구

《조선신보》2024년 02월 23일

말없는 약속/조미구


《애순아, 교원될 결심은 다진거야? 설마 그저 실습을 가니까 교수안을 준비하니?》

《난 지금 자기 연구보다 실습준비에 시간도, 힘도 다 쏟고있어. 근데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해?》

그들의 마음은 성급하였다. 2주일후에는 교육실습자로 떠나야 했고 제각기 만든 교수안을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희가 꺼낸 예민한 말에 ○○학과 3학년생들의 기숙사호실안은 답답한 침묵이 지배하였다.

그러더니 영희는 흥분된 기색으로 말하였다.

《노력문제, 시간문제가 아니야. 교원이 될 결심을 다지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넌 결국 교육실습을 갈 사람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것이지.》

《아니…》

애순은 영희의 말에 충격을 받고 말을 못했다. 호실안에는 납덩이같은 침묵이 흘렀다.

《도대체 네가 얼마나 노력했다고?》

침묵을 깨뜨린것은 묵묵히 자기 교수안을 수정하던 명숙이였다. 그가 자신의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한 영희는 점점 험악한 말들을 뱉어내기 시작하였다.

《거봐, 명숙이도 그렇게 말하잖아. 교원이 될 결심을 다지고서 하는 노력을 너는 못해봤잖아? 그런데도 당당히 교단에 설수…》

《아니야.》 명숙이가 단호하게 말하였다.

《애순이한테 한게 아니라 네게 한 말이야. 수업과제 하나 기한내에 해제끼지 않고 대충, 뭐든 요령주의로 넘기는 너에겐 교육실습을 갈 자격이 있고 애순에겐 없다구? 아이들 수업도 교원될 결심만 있으면 대충 넘길수 있는걸로 아니?》

《난 어릴적부터 죽 교원을 꿈꿔왔다는걸 너도 알지 않니. 그런 일은 절대 없어.》 영희는 반박해나섰다. 그 말에 명숙이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였다. 그리고는 일기장을 꺼내고 페지를 넘기며 말하였다.

《올해 분회새해모임에서 고급부시기 국어선생님을 3년만에 만나게 됐어. 선생님은 교육사업에 청춘시절을 깡그리 바칠 결심을 다진것이 어제일같은데 벌써 정년퇴직할 나이가 되였다고 하시며 교원으로서의 한생을 감회깊이 돌이켜보셨어. 그때 선생님께서 제딴의 교훈이라면서 말씀을 들려주셨어. 그 덕분이야. 어릴적부터 교원을 꿈꿔온것도 아닌 내가 오늘 교원이 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계속할수가 있는것은.》

이윽고 명숙이가 말했다.

《우리가 지금 하고있는것은 단지 한 수업의 교수안이라고 해도 앞으로 보게 될 어린 학생들의 얼굴을 눈앞에 그리면서 준비해야 하는게 아닐가.》

그들은 입을 다물고있었으나 분명히 무엇인가를 깨닫고있었다. 셋은 눈을 맞추어 서로 수줍은듯 미소를 지었다.

명숙이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씌여져있었다.

《자기 희망실현만을 위한 교원희망이 되여서는 안된다. 무엇을 위해 교단에 서는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교원들의 수준은 자신들의 평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나날이 높여야 한다.》

(조선대학교 문학력사학부 3학년 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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