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선》-리금옥-

  시 《보선》 

리금옥
  
 꾸김없이 고스란이
 농안에 넣어두었던
 보선을 내보면서
 한없는 애착심이 솟아오름을
 나는 느끼노라
  
 맑은 아침해살아래
 하얗게 떠오르는 보선이여
 부드럽게 흐르면서
 과단성있는 포물선을 그린
 아름다운 보선이여
 예로부터 우리 조선녀성들이
 한시도 못잊어 지녀온
 이 보선이
 지금은 나의 몸에 이어져
 그 옛날을 정답게 속삭이노라
  
 보선에 깃든 조선녀성의 고난의 력사
 보선이 말하는 조선녀성들의
 가지가지의 숭고한 이야기들
  
 《내 나라에 겨누었던 화살을 거두어라!》
 자기 자식에게 조국을 깨닫게 한
 록족장군의 어머니
  
 임진조국전쟁에서
 천대받던 노비,기생 계월향의 기상
  
 비운의 조국땅을 뒤덮었던
 민족수난의 시기
 그 깨끗한 보선을
 진흙물속에서도
 억수로 퍼붓는 폭풍우속에서도
 그 굳은 절개를 굽히지 않았노라
  
 장백의 울창한 밀림속에서
 일제와 싸우면서
 재봉틀을 돌리면
 빨찌산녀대원들
  
 나무잎 사이로
 스며드는 해빛에
 미여진 보선을 기워신고
 얼마나 영용하게 일제 원쑤들을
 때려눕혔던가
  
 나는 여기에서
 한컬레의 흰 보선을 두고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송가의
 선률을 듣노라
 나는 이국땅에서 살면서도
 조선녀성들의 소중히 전해준
 하얗고 아름다운 보선을 신노라
  
 발을 꽉 싼 보선을 만져보며
 나는 발에 힘을 주어
 자리에 일어서서
 당당하게 대지를 활보하노라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결성 15돐기념시집 《영광의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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