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종소리의 울림/서정인

《조선신보》 2018.08.01

시지《종소리》50호 발행기념모임에서 발언하는 정화흠 시인

정화흠시인을 추모하여

장마를 다 벗었다는데도 비바람이 모질던 어제 시지《종소리》75호의 편집을 끝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00년에 재일조선시문학계의 어르신들 일곱분의 뜻을 모아 창간된지 오늘까지 쉬임없이 계절마다 발행되여온《종소리》는 내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진정으로 바라는 재일조선동포들의 참삶을 온 세상에 알리는 종소리이며 한편에서는 동포 새 세대들에게 이역에서 떳떳하려면 우리것을 먼저 더 소중히 해야 한다고 타이르는 경종이기도 한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루다 말할수 없는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꼭꼭 책을 펴내는 편집원들의 로고에 마음속에서나마 박수를 보냈고 자신은 보탠것없이도 계절이 바뀌면서 발행될 때마다 일종의 안도감과도 같은것을 느껴보군 하였었다.

하지만 75호가 이제 곧 나온다는데 이번에는 허전한 감정이 지배적이였다.

창간호를 펴낸 그때로부터 빠짐없이 작품을 내놓으셨던 정화흠시인의 글이 없기때문이다.

지난 5월에 별세한 고 정화흠시인은 1923년에 경북에서 태여나 37년에 일본으로 건너왔으며 50년부터는 애국운동의 길에 들어서 본신사업으로 바쁜 나날에도 시창작활동을 일관하여 벌려오셨다. 그동안 여러권의 시집을 평양과 서울, 도꾜에서 펴냈다. 무엇보다도《종소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꼈으며 존중하셨다.

《종소리》 편집원들이 74호(2018봄호)를 한창 편집하던 3월의 어느날 나는 편집부의 의뢰를 받아 《종소리》에 실을 원고를 받으러 정화흠시인의 자택을 찾았다.

그때 《…내 힘들게 살아왔다만 조선에 좋은 소식이 있어 요 며칠간은 마음 편히 지낸다오…》라고 하며 북남수뇌분의 상봉소식을 못내 기뻐하시였었다. 고인이 4.27판문점선언을 어떤 마음으로 들으셨는지를 알아볼길이 더는 없다.

지금 내곁에는 병석에서 떨리는 손으로 쓰셨을 고인의 육필원고가 있다.

되풀이 다듬어 고쳐쓴 흔적이 많은 유고작품원고지가 새 세대는 아닌 내게도 경종을 울려주는것만 같다.

종이 울린다.

(문예동중앙 문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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