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얀 저고리》 -리방세-

 시 《하얀 저고리》
  
 리방세
  
 덜커덩덜커덩
 학교가는 전차간
 오늘도 일찌기
 소조련습으로 가는 영순이
  
 전차가 갑자기 멈추는 바람에
 매달린 손이 빠져
 앉은 손님 이마빡에 쿵!
  
 얼굴이 화끈화끈
 어쩔줄 몰라
 뜻밖에도 나온 우리 말
 《미안합니다!》
  
 영순이는 흠칫 놀라
 입가에 손을 대며
 다시한번 일본말로
 사과하려 했더니
  
 이마를 주무르며
 빙긋 웃으며
 《괜찮아 괜찮아》
 부드러운 우리 말
  
 영순이는 수줍어라
 두 볼이 화끈화끈
 내키는 마음안고
 자리를 옮기다가
  
 전차를 내릴 때
 용기내여 다가서며
 아저씨께 드린 인사
 《다녀오겠습니다》
  
 처음으로 드린 인사
 나팔꽃마냥 시원한 아침인사
 학교로 달려가는 
 하얀 저고리가 눈부시네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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