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소설/그의 고민

《조선신보》2021.09.03

벽소설/그의 고민


겨울날의 향기가 풍기는 이른 아침 학교로 가는 성희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ㄷ학교 중급부 3학년생인 성희가 진로문제로 보다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것은 1주일전부터이다.

성희는 초급부시절부터 많은 인원수로 무용을 할수 있는 큰 학교에 대한 동경심을 품어왔었다. 그런 성희에게 어머니는 딸의 꿈을 실현해주려고 성희 모르게 이모에게 4월부터 네 집에서 ㄹ조고에 다니게 해줄수 없겠는가고 상담을 하였었던것이였다.

그래서 성희의 이모한테서 대답전화가 걸려온것이 1주일전인것이다.

이모는 성희의 꿈을 응원한다면서 자기 집에서 학생수가 많은 ㄹ조고에 다니는것을 가족모두가 환영한다고, 결심만 되면 언제든지 오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어려서부터 꿈꾸어오던 많은 무용수들과 같이 춤을 춘다는것이 현실로 된다고 생각하니 성희의 마음은 조절로 끌려가는것이였다.

성희는 전교생수가 쉰명될가말가 하는 학교에서 9년간을 리향과 지화의 두 동급생과 함께 지냈다. 그들에게 처음으로 비밀이 생긴것 같아서 성희의 마음은 들뜨다가도 무거워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이 《진로문제》에 대해서 학교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한마디도 비쳐보지 못하고있는것이였다.

리향과 지화는 성희도 함께 고급부로 진학할것을 응당한 일로 여기고있을것이였다.

《성희야-!》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화가 숨가쁘게 달려온다.

《오늘도 이렇게 뛰여오니!?》

성희는 어이없다는듯이 지화에게 한마디 했다.

《밤새껏 손전화 놀리다가 그만 늦잠을…》

자꾸 늦잠을 자는 지화여서 성희는 다른 말을 더는 하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니 리향이 벌써 교실에 있었다.

(내가 혹시 고민을 털어놓으면 지화와 리향은 나를 멀리할가…)

이렇게 생각하니 성희의 마음은 돌처럼 무거워졌다.

《성희야, 안색이 안 좋은데.》

성희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그래? 어제 잠이 부족했나…》

성희는 자기 속마음이 들킬가봐 리향의 눈길을 피하게 되였다.

결국 이날도 고민을 말해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였다. 하늘에는 어둠이 깃들고 성희가 자꾸만 내쉬는 한숨은 하얗게 남았다.

학교교문을 나서자고 할 때 누군가 곁에서 나타났다. 리향이였다.

《성희야 같이 돌아가자.》

《왜 이 시간까지 남아있니? 먼저 갔을줄 알았는데.》

《걱정이 돼서. 너 요즘 무슨 생각을 하니?》

성희는 리향이 자기의 고민을 혹시 어디서 먼저 들은것이 아닐가고 걱정되였다.

이제는 더 숨겨둘수 없다고 이 순간에 생각한 성희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나 실은… 고급부 다른 학교에 다니자고 생각하고있어…》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길바닥에 떨어진 가랑잎을 밟는 소리가 성희의 말을 못 듣게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뭐라고 했니?》

《나 고급부 다른 학교에 가려고.》

리향은 멈춰섰다.

《리유는?》

이렇게 말하는 리향의 눈에서는 고인 눈물이 떨어질것만 같았다.

《내가 무용을 좋아하는건 너도 알지. 내가 군무를 추고싶은것이 꿈이란것도…》

《응, 알아.》

《ㄹ조고 가까이에 사는 이모가 〈이모집에서 ㄹ조고를 다녀 네가 좋아하는 무용 마음껏 해보라.〉고… 그래서…》

《그게 리유야?》

리향은 성희의 말을 쉽게도 잘라버렸다.

리향은 성희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것은 아니였다.

성희의 독무는 2년련속 금상을 탔으며 올해는 중앙예술경연대회 우수작품으로 뽑히기까지 했다. 그래서 성희의 무용기량이 대단한것은 ㄷ학교 교직원, 학부모까지 이제는 다가 아는 사실이였다.

《난 심각히 생각했어. 네가 내 마음을 알아주면 기뻐.》

《실망이야.》

《뭐?!》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리향의 소리는 떨렸다.

성희는 당황하였다. 자기가 조선무용을 누구보다도 좋아한다것을 리향이나 지화는 충분히 리해해주고있으리고 알고있었기때문이다. 량손들고 찬성은 못해도 함께 고민해주리라 믿었던것이다.

《네가 내 마음을 아니? 난 많은 인원수속에서 무용을 하는것이 평생의 꿈이였어. 중급부에 올라오면서는 더했고… 그런 내 꿈을 부정하는거야?》

말은 사납게 하였으나 성희도 눈물방울이 떨어질번 하였다.

리향은 뜻밖으로 낮은 소리로 조용히 말하였다.

《부정하는것은 아니야.》

《그럼 뭐가 안되니? 내가 가고싶다고 하는데가 일본학교 아니지 않니.》

성희는 감정이 치밀었다. 리향을 믿고 쉽게 고백한 자기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리향은 계속 조용히 말을 이었다.

《성희야, 너 기억하지? 네가 중급부1학년때 〈자랑발표모임〉에서 스스로 자랑한 사람이 누구였니?》

성희는 왜 갑자기 리향이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몰랐다.

《자랑모임? …아, 외할아버지를 자랑했었지.》

《그래. 자기 외할아버지를 자랑한 내용도 기억하니?》

《응. 내 외할아버진 ㄷ학교를 건설하신분이야. 어릴 때부터 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듣고 자랐는지… 우리 학교를 세워주셨고 목숨처럼 지켜주신 외할아버지가 나는 자랑스럽다고 했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 역시 우리 학교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어. 네 할아버지는 그 다음 해엔 〈1세동포들의 이야기를 듣는 모임〉에 나오시여 우리들에게 〈학생동무들이 이 학교를 다닌다는것자체가 학교를 지키는것이고 그것은 또 지역동포들에게 힘과 희망을 주는것으로 된다.〉고 하시잖았니. 난 언제나 그 말씀을 되새기며 학교생활을 보냈어. 너는 알지. 내 부모가 우리 학교 다니는것을 그리 좋아 안하시는것. 돈이 많이 든다면서… 그러나 난 네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듣고서 〈나〉라는 작은 존재가 우리모두가 사랑하는 우리 학교를 지키는 한사람이 되고싶다고 느꼈어.》

《…》

성희는 어떤 말을 돌렸으면 좋을지 몰랐다. 리향의 보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가만히 볼뿐이였다.

리향은 중급부진학시에도 일본학교로 가는것이 좋겠다고 하던 부모에게서 중3이 되여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일본고등학교진학을 권유하는 말을 듣게 된다고 한바 있었다. 그러나 자기는 고급부도 이 학교를 다니겠다고도.

성희는 리향의 그런 사정과 심정을 모르는것은 아니였으나 자신의 진학문제하고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따져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소꿉친구라면서 친자매처럼 자랐는데 나는 리향이 기어이 우리 학교를 다니고싶어하는 리유를 얼마나 알기나 했을가. 나는 자기 외할아버지들이 세워주신 학교를 지키고싶다고 말은 했지 나의 진로문제와 외할아버지며 아버지, 어머니, 지역동포들이 지켜오신 우리 학교를 지킨다는것을 같이 생각했었을가. 리향은 집에서 반대를 해도 우리 학교를 지키고싶으니 꼭 우리 학교를 다닐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침묵이 흘렀다.

길거리의 집집에선 저녁반찬의 향기가 풍겨오는 시간이 되였다.

리향은 애써 웃으며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였다.

《성희야. 난 너와 지화와 함께 우리 학교를 다니고싶어. 너는 아닌거야? 사실 군무는 좀 힘들어도 우리처럼 작은 학교학생들이 모여 해마다 행사를 같이하는 〈금별학원〉생이 다 모이면 합동군무는 할수 있는게 아닐가? 네가 그렇게 합동군무를 제기하면 얼마든지 가능할거야. 그렇게 네가 사랑하는 무용으로 우리 ㄷ학교이름을 떨칠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네 외할아버지가 세우고 지켜주신 우리 학교를…》

성희는 말을 더 못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념도.

다음날 성희가 등교하자 지화와 리향은 벌써 교실에 있었다.

드물게도 지화가 성희보다 먼저 등교했다고 셋은 마주보며 웃었다.

성희가 말을 했다.

《입학식날에도 제발 늦지는 말라구!》

셋은 또 웃었다.

교실에는 이른 봄바람이 불었다.

(김유화, 조선대학교 문학력사학부 어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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