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상봉》-정화흠-

  시 《상봉》 
  
 정화흠
  
 눈을 감으면
 삼삼히 떠오릅니다
 앞산의 진달래
 뒤산의 잔솔밭
 그 기슭에 자리잡은 오붓한 산간마을
  
 봄이면
 복사꽃 살구꽃 곱게 피고
 가을이면
 지붕마다 고추가 빨갛던 마을
  
 그 마을에서 왔습니다
 누이동생이
 그날의 소녀는 어데다 두고
 호호 늙은 로파가 돼서
  
 열살 소녀는 
 날이 밝으면 앞산에 올라
 두손 모아 빌면서 울었답니다
 오빠가 보고싶다고
 오빠가 어서 돌아오라고―
  
 이렇게 50년을 기다리다가
 차마 이대로는 죽을수 없어
 바다넘어 일본땅에
 찾아왔습니다
  
 피줄만이 남은 힘없는 주먹으로
 이 가슴을 두드리며 웁니다
 철없는 아이처럼 엉엉 웁니다
 고향을 버리고
 누이를 버리고
 그리도 일본땅이 좋으냐고―
  
 눈물이 가로막는 상봉입니다
 추억속에 만나는 상봉입니다
 창천에 사라진 구슬픈 여운
 가슴에 재만 남은 상봉입니다
  
 1986년1월
  
 정화흠시집
 《민들레꽃》(종소리詩人会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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