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발돋음》-로진용-

시 《발돋음》
  
 로진용
  
 내 방에 앉았어도 잘 들립니다
 우리 학교 종소리가
 우리 집 현관에서 발돋음하면
 잘 보입니다 우리 학교가
  
 하루에도 몇번 듣는 우리 학교 종소리
 저도 몰래 그 시간에 맞추어 살고
 아침저녁 오가는 우리 학교 앞거리
 인생의 철길처럼 뻗어있는듯
  
 학생들이 오갑니다 우리 집앞을
 등하교시간이면 웃음소리 가득
 조심히 곤두세워 귀기울이면
 교실에서 글소리조차도 들릴것 합니다
  
 가을의 맑은 하늘 펼치면 요사이면
 기다려집니다 그 모습 그 소리가
 공화국기 온 하늘 펄럭이면서
 명절처럼 들썩이는 운동회 그날이
  
 이 마음 알아선가 들려옵니다
 행진련습하는가 힘찬 음악이
 발돋음하며는 잘 보입니다
 경기련습 한창인 튕기는 약동이
  
 바람도 상쾌한 가을날의 오늘
 방학으로 허전했던 이 마음을
 단번에 매워주듯 들끓는 우리 학교
 무엇지 모르게 눈길이 쏠립니다
  
 발돋음합니다 몸도 마음도
 우리 미래 자라는 바로 그곳에
 발돋음합니다 오늘 더더욱
 조국의 쪼각같은 바로 그곳에
  
 로진용시집《그날을 삭제하라》1995년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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