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 3〉문예동오사까 연극구연부

(조선신보)2016.06.08

우리 말로 말하는 기쁨과 긍지

옛이야기《흥부와 놀부》(2014년 작품발표모임)

옛이야기《흥부와 놀부》(2014년 작품발표모임)

우리 말로 말하고 웃고 연기를 하는데 열성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다. 문예동오사까 연극구연부.

일본각지 문예동조직안에서 오직 오사까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모임인 연극구연부는 1998년, 문예동오사까 연극부의 대중화를 위해 이름을 《연극구연부》로 바꾸었다.

당시 문예동오사까 위원장을 맡았던 허옥녀씨(67)는 연극부시절엔 주로 극단 《아랑삶세》 공연이 가장 큰 활동이였는데 전문극단만이 아니라 일반동포들도 우리 말 운동에 쉽게 참가할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것이 연극구연부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 말을 사랑하는 동포들이 우리 말 공연을 보고싶어하는 동포들을 위하여 우리 말로 발표하는것》을 주된 활동내용으로 하고있다.

오랜 국어교원이였던 허옥녀씨의 호소에 교원들과 제자들이 같이 하겠다고 호응해나섰다.

배움의 마당을 갈망

저녁 7시. 연극구연부모임에 참가하기 위하여 나까오사까초급 음악실에 4살, 2살, 7개월짜리 아들, 딸 셋을 데리고 달려온 최리나씨(32)도 그 한사람이다.

《허옥녀선생님의 소개를 받고 바로 련습에 참가했어요. 사회인이 되여서 계속 배울수 있는 마당을 목마르게 찾고있었지요.》

2004년부터 오늘까지 연극구연부장을 력임하고있는 김갑년씨(58)는 2000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였다. 97년 녀성동맹 히가시나리지부상임위원(비전임)으로 활동하던 그는 당시 나까미찌분회 어르신들과 우리 말로 소통하는데서 어려움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내가 20년간 가정주부로 있으면서 우리 말을 안썼으니 말이 술술 안나오게 되였어요. 이래서는 안되겠다 해서 녀성동맹 일군에게 상담했더니 이 활동을 소개해주었지요.》

처음엔 현직교원들이 많아 그 수준을 따라잡는데 고생하였다. 김갑년씨는 허옥녀씨가 록음해준 시범음성테프를 300번이상 듣고 련습을 거듭하여 공연에 출연하였고 10년이 넘도록 끈질기게 활동을 계속해왔다. 그래서 이제는 연극구연부장으로서 누구나가 인정하는 화술군이 되였다.

8명의 부원들중 가장 먼데서 다니는것은 시가초중 김설화교원(25)과 와까야마초중 김춘옥교원(26)이다. 페이스북과 가무단 단원의 소개를 받고 활동을 알게 된 그들은 왕복 4시간의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다.

《오가는 길이 아무리 멀어도 여기에 오면 힘을 얻을수 있어요. 늘 와까야마학교에서 생활하니 가끔 바깥 사람들을 만나는것은 자극이 되고 신선하기도 하지요.》(김춘옥교원)

하늘에서 뚝 떨어져오진 않는다

나까오사까초급에서 진행된 련습풍경

나까오사까초급에서 진행된 련습풍경

지난해 《우리 말을 잘 배우고 늘 쓰는 모범학교》 표창을 받은 오사까조고 김나미교원(33)은 조선어학자 주시경선생의 명언 《한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열쇠는 그 나라 국어를 얼마나 사랑하느냐에 있다.》를 인용하여 그 말이 곧 총련에도 할수 있는 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작년 학교에서 우리 말운동을 벌릴 때 교원들도 학생들처럼 하루에 얼마나 우리 말을 잘 썼는지 프로수를 따지고 매일 보고하였다고 한다. 《늘 긴장감을 가지고 생활했지요. 되는대로 말하거나 일본말이 섞일 때는 생각이 어지럽거나 긴장성이 풀렸을 때. 모두가 좋은 긴장감을 가지고 우리 말로 생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아, 우리 집단이 괜찮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고 우리 말 운동은 재일동포들에게 있어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신생활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참가자들은 우리 말소리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일본에서 70년동안 민족교육을 계속해온 결과 오늘 우리 말을 아는 동포들이 일본 각지에 존재하게 되였는데 학교를 졸업한 후 생활속에서 우리 말을 쓸 기회가 거의 없어서 배운 말들을 잊어버리는것이 아쉽다며 우리 말을 쓰는 환경을 동포들이 의식적으로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70년간 쌓아온 성들이 무너질것만 같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우리가 우리 말소리에서 느끼는 감흥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온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꾸준히 쌓아온 축적이 감흥의 토대가 되고 애착의 뿌리가 되여있는것이다.》(허옥녀씨)

구수하고 류창한 우리 말을 감상용으로서가 아니라 누구나가 소리내여 말해볼수 있는 존재로 하기 위해 연극구연부 성원들은 아이들을 위한 아동극이거나 촌극, 학생구연대회 출품작 등 재일동포들에게 있어서 몸가까운것으로 정하여 련습하고 발표하도록 애쓰고있다.

시가초중 김설화교원은 련습을 통해 《귀에 남고, 아름답고, 뜻이 깊고, 재미나는 우리 말을 비로소 느끼고있다.》며 《여기서 배운것들을 학교에서도 살려쓰려고 힘쓰고있다.》고 말한다.

또한 오사까조고 한주실교원(27)과 히가시오사까중급 김명숙교원(29)은 최근 학생들에게는 우리 말이 외국어처럼 여겨지는것 같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졸업후에도 문예동활동을 통해서 우리 말을 마음껏 쓸수 있다는것을 알려주고있다고 한다.

오늘 《점》으로 있던 연극구연부활동은 인터네트를 통하여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고있다. 김나미교원은 《〈우리 민족끼리〉싸이트를 찾으면 시랑송 음성파일을 뽑을수 있다.》며 지난 기간 오사까조고 교원들이 거기에 오른 작품을 가지고 우리 말발표모임을 했다고 하고 인터네트를 활용하면 도시든 시골이든 아무데서나 화술련습을 할수 있다고 이 활동의 확산을 시사해주었다.

새 세대들의 착상. 김갑년부장은 앞으로도 연극구연부활동이 오래오래 계속되도록 《젊은 동무들이 아이를 다 키운 후에 마음놓고 활동할수 있을 때까지 내가 이 모임을 책임적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말하였다. 책임자가 그만두겠다고 손을 들면 끝마치기마련이기때문에. 그의 말에 힘을 입어 참가자들은 더욱더 목소리를 높여 련습에 열심히 달라붙었다.

(김윤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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